T발… 그냥 내 생각 말했을 뿐인데요?
1. 들어가며
대화하다 보면 괜히 오해를 받는 순간이 많다. 나도 종종 그런 상황을 겪는다. 상대의 감정은 알겠지만, 내 생각과 다르면 쉽게 공감이 안 된다. 그래서 차라리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쪽을 택한다. 그런데 가끔은 그런 내가 “냉정하다”거나 “이기적이다”는 말을 듣기도 한다. 하지만 나는 그저 다르게 생각할 뿐이다.
MBTI로 보면, 나는 사고형(Thinking), 즉 T 유형이다.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‘감정보다 논리와 구조로 판단하는 사고방식, 그게 바로 T 유형의 핵심이고, 내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. 이 글은 나처럼 T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 속에서 겪는 갈등과, 그 갈등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. 그리고 동시에, 사회에서 기대하는 ‘공감형 인간’의 대화법과는 다른, 나만의 방식이 왜 틀린 게 아닌지를 말하고 싶다.
2. 사고형(T)의 본질: 감정보다 구조
T 유형은 감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. 다만,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구조라는 것뿐이다. 나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감정보다 메시지와 논리를 먼저 받아들인다. 그래서 상대가 공감을 기대할 때도, 나는 현실적인 분석이나 해결책을 먼저 말하게 된다.
예를 들어, 누군가가 “애 키우는데 뭐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요?”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:
“꼭 그렇진 않아요. 생각보다 돈 많이 안 들어요.”
또 다른 동료가 “요즘 학원비 너무 비싸지 않냐”고 하자,
“그럼 학원 안 보내면 되죠.”
라고 대답했다. 내 입장에선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 거였지만, 듣는 사람 입장에선 공감을 못 받은 느낌이었을 수 있다. 여기서 중요한 건, 내가 그렇게 말하게 되는 배경이다. 그냥 무심해서가 아니라, 내 사고방식이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. 이게 바로 T 유형의 특성이며, 동시에 나라는 사람의 사고 흐름이기도 하다.
와이프가 물어 본다. “주말에 이런 행사가 있는데 여기 가면 어때?” 어떤 행사인지 재빨리 알아보고 대답한다:
“딱 봐도 재미 없어 보이는데?”
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…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. 나는 그냥 내가 생각하는 바를 사심 없이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, 그게 때로는 이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방식이 되곤 한다. 뭐 어쩌겠는가, 내가 조금 맞춰야지. 여기서 중요한 건, 내가 그렇게 말하게 되는 배경이다. 그냥 무심해서가 아니라, 내 사고방식이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. 이게 바로 T 유형의 특성이며, 동시에 나라는 사람의 사고 흐름이기도 하다.
3. 공감이 안 될 때, 침묵을 택하는 이유
나는 억지로 공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.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데 공감하는 척하면 스스로 부정직하다고 느껴진다. 그래서 내 생각과 다를 땐 차라리 말을 아끼게 된다. 하지만 이렇게 침묵하면, 다른 사람은 내가 무시하거나 벽을 쌓는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.
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됐다. 나는 남들과 사고방식이 조금 다르다. 그리고 그 다름은 내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, 그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. MBTI의 T 유형은 그 다름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언어이자, 내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해줬다.
4. 공감은 안 되지만, 연결은 할 수 있다
최근 들어 느낀 게 있다. 꼭 공감하지 않아도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. 내가 자주 쓰게 된 말들 중엔 이런 것들이 있다:
- “그런 감정이 드는 건 이해돼.”
- “나는 좀 다르게 느끼긴 해도, 네 입장은 알겠어.”
- “이 얘기는 내가 너무 현실적으로만 볼 수도 있어서, 말이 조심스럽네.”
- 그렇구나. 내가 생각하는 건 조금 다를 수 있는데, 솔직하게 얘기해도 될까? 아니면 다음에 다시 얘기해 보자.
이런 말들은 내 생각을 억지로 바꾸지 않으면서도,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준다. 다시 말해, 나의 T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.
5. T 유형의 진짜 강점은 ‘정직한 연결’
T 유형이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. 사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있다. 그리고 솔직하게 생각을 나눌 줄도 안다. 다만, 이 솔직함이 관계를 망치지 않게 하려면 ‘어떻게 말하느냐’가 중요하다.
공감은 잘 안 될 수 있다. 그래도 감정을 존중하고, 연결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. 그게 T 유형의 새로운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다. 그리고 동시에, 나처럼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.
6. 마치며
나는 여전히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. 하지만 이제는 내가 침묵할 때, 또는 다른 의견을 말할 때,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신경 쓰려고 한다. 공감을 못 해도 연결은 할 수 있다는 걸,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.
혹시 당신도 스스로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,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샀다면,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. 우리 같은 사람도, 충분히 괜찮다.